제목 : 류혜숙의 여행스케치- 대청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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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4.06.09 08.37 | 조회수 | 1908 | ||||||
길고 큰 호수…어미 품 같은 강을 그리워함이라
◆ 강은 호수, 호수는 강, 금강과 대청호 그래서 대청호는 한눈에 볼 수 없다. 그래서 대청호는 호수라기보다는 강처럼 보인다. 대청호의 어미는 금강이다. 전북 장수에서 시작된 금강은 북쪽으로 흐르다 대전에서 방향을 꺾어 서해로 간다. 바다로 가기위해 방향을 틀면서 강은 아주 용을 썼던 모양이다. 수없이 굽고 수없이 뻗치면서 대전과 충북 옥천·청원·보은을 꽉꽉 움켜쥐었다. 금강의 물줄기 약 400㎞ 중 4개 도시를 움켜쥔 80㎞. 그것이 대청호다. 길고 크다. 그러니 한눈에 볼 수 없고, 그러니 강처럼 보인다. 강이 호수가 된 것은 1975년 3월 강력한 폭음과 함께였다. 대청댐 공사가 시작된 것이다. 2만5천명이 고향을 떠났고 완공에 5년9개월이 걸렸다. 그리고 당시 충남 대덕군과 충북 청원군 사이의 강을 막아 만들었다 하여 대청이라 이름 지어졌다. 대청호는 금강 수계 최초의 다목적 인공 저수지이자 우리나라에서 3번째로 큰 호수다. 이 큰 호수를 ‘대청호오백리길’이 두르고 있다. 200㎞가 넘는 오백리길은 무려 21개의 구간으로 이어져 있는데 지선까지 합하면 27개에 달한다. 대전의 호반길뿐만 아니라 옥천의 지용향수길, 청남대 사색길, 문의과거마을길 등을 포함하고 있다. 왕버들 드리워진 호숫가에 내려설 수도 있고, 옛 산성의 따뜻한 돌을 만져볼 수도 있다. 나무 데크가 깔린 호반을 편안히 걸을 수도 있고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산을 오를 수도 있다. 길은 다양한 모습으로 호수와 만나고 헤어지고 멀리서 혹은 가까이서 바라본다. ◆ 호수와 길의 시작과 끝, 대청댐 대청호오백리길의 제1구간은 ‘두메마을길’, 그 시작은 대청댐이다. 마지막인 21구간은 ‘대청 로하스길’이다. 그 종점은 대청댐 앞의 대청공원이다. 댐은 호수의 시작이면서 길의 시작과 끝이다. 대청공원에는 문화전시관을 중심으로 잔디 광장, 무궁화동산, 다목적 운동장, 숲속 쉼터, 암석 식물원 등이 넓게 펼쳐져 있다. 바람 드는 나무 그늘마다 돗자리를 깔고 누운 사람들의 오후가 한없이 호젓하다. 공원 앞에는 금강이 흐른다. 강변은 산책로다. 유모차도 휠체어도 다닐 수 있는 이 평탄한 산책로는 대청로하스길의 마지막 5㎞로 ‘해피로드’라는 이름이 따로 붙어 있다. 수양버들의 흐드러진 연두빛 그늘이 길을 쓰다듬고 양산을 쓴 여인들이 그림처럼 걸어간다. 금강 위에는 대청교가 놓여 있다. 다리의 중앙에 서면 정면에 버티고 선 대청댐과 마주한다. 댐 저편은 대청호, 강의 우안은 대전, 좌안은 청원이다. 흐르는 강물 위에 서 있으니 구분은 부질없고 경계는 허망하다. 댐 옆의 구룡산 중턱에 백제 때 사찰인 현암사의 지붕이 보인다. 신라 문무왕 때 원효대사가 중창하면서 천년 후 구룡산 발치에 큰 호수가 생긴다고 예언했다니 신묘한 일이다. 현암사 절집에서 내려다보이는 대청호가 그리도 먹먹하게 아름답다 한다. ◆ 대청호를 지그시 내려다보는 명당, 관동묘려 대청댐에서 남쪽으로 30㎞쯤 내려오면 명당으로 이름난 골짜기가 있다. 이름도 반짝이는 은골. 대청호가 앞마당처럼 열린 그곳에는 조선시대 열녀로 칭송받았던 류씨 부인의 묘와 묘를 돌보는 재실인 관동묘려가 자리한다. 부인은 은진송씨 쌍청당 송유의 어머니로 22세에 과부가 된 후 82세로 돌아가실 때까지 시부모를 모시며 정절을 지켰다고 한다. 이곳에 류씨 부인이 잠들 수 있었던 것은 며느리인 회덕황씨 덕이다. 명당은 누구나 탐하는 법이라, 황씨는 며칠 동안 물을 길어다 부어 명당자리임을 숨겼다고 한다. 그리고 그 후부터 은진송씨가 번창했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재실에는 아직도 후손이 살면서 집과 묘소를 관리하고 있다. 은골의 관동묘려는 대청호오백리길의 3구간인 ‘호반열녀길’에 속한다. 구간의 핵심인 셈이다. 재실의 지붕너머로 펼쳐진 호수가 참하다. 참으로 은근한 내공이다. 여행칼럼니스트 archigoom@naver.com >> 여행정보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신탄진 IC로 나와 신탄진네거리에서 대청댐 방면으로 가면 된다. 승용차로 호수를 한 바퀴 돌아보려면 3시간 정도 걸린다. 출처-영남일보 |